→ 농업혁명
핵심 문장
어느 종이 성공적으로 진화했느냐의 여부는 굶주림이나 고통의 정도가 아니라 DNA 이중나선 복사본의 개수로 결정된다. 한 회사의 경제적 성공은 직원들의 행복이 아니라 오직 은행 잔고의 액수로만 측정된다. 마찬가지로 한 종의 진화적 성공은 그 DNA의 복사본 개수로 측정된다. 만일 더 이상의 DNA 복사본이 남아 있지 않다면 그 종은 멸종한 것 이다. (중략) 농업혁명의 핵심이 이것이다. 더욱 많은 사람들은 더욱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 있게 만드는 능력. 하지만 이런 진화적 계산법에 왜 개인을 신경써야 하는가? 제 정신인 사람이라면 호모 사피엔스 DNA 복사본의 개수를 늘리기 위해 삶의 질을 포기 할 사람이 있겠는가? 그런 거래에 동의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농업 혁명은 덫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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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인류는 하루에도 여러 가지의 음식을 먹었다. 천연 당인 과일과 토끼고기, 풀, 디프로토돈과 같은 대형 동물이나, 그것도 불가능하면 동물의 골수도 먹었면서 다양한 음식을 통해 충분한 영양 섭취를 해왔는데 쌀이 주식이 되며 오히려 영양 불균형이 온 것 이다. 이걸 반대로 생각해보면, 지금 우리가 이용하는 다양한 기술의 편리함은 사람이 해야하는 일을 덜어주거나 대신해주며 편안함을 누리고 있는데 이걸 버리고 조선시대처럼 아궁이에 밥을 해먹으라면 돌아갈 수 있을까?
그렇게 해야 한다면 적응을 해보겠지만 기술의 편안함을 포기하기란 쉽지 않을 것 같다.
종이 우편물 시대에 편지를 쓸 때는 대개 뭔가 중요한 일이 있을 때 뿐이었다. 머릿속에 처음 생각나는 것을 그대로 적는 것이 아니라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심사숙고 했다. 그리고 역시 그렇게 심사숙고한 답장을 받을 것으로 기대했다. (중략) 오늘날 나는 매일 열 통이 넘는 메일을 받고, 상대방은 모두 즉각적인 답을 기대하고 있다. 우리는 시간을 절약한다고 생각했지만, 실은 인생이 돌아가는 속도를 과거보다 열 배 빠르게 만들었다. 그래서 우리의 일상에는 불안과 걱정이 넘쳐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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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나태주 <풀꽃>
이 시를 한 동안 이미지로 많이 볼 수 있었던 것도 그런 이유에서 이지 않을까?
전쟁은 술집에서 벌이는 주먹다짐이 아니다. 고도의 조직과 협동, 유화 정책을 필요로 하는 매우 복잡한 프로젝트다. 보통 승리의 열쇠는 본국에서 평화를 유지하고, 해외에서 동맹을 구하고, 다른 사람들(특히 적군들)의 마음을 읽는 능력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공격적인 야수는 전쟁 지휘관으로서 최악일 때가 많다. 그보다는 유화 정책을 쓸 줄 알고, 사람들을 조직할 줄 알고, 사물을 다른 각도에서 볼 줄 아는 협동적인 인물이 훨씬 낫다. 제국을 건설한 사람들은 이런 특징들을 갖추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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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이유로 평소에 화가 많은 사람은 가까이 하지 않는 게 좋다. 그 화가 폭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우리 대 그들"이라는 이분법적 진화적 구분은 처음으로 어찌어찌 초월했고 인류의 잠재적 통일을 내다볼 수 있었던 사람들은 상인, 정복자, 예언자들이었다. 상인들에게는 세계 전체가 단일시장이었으며 모든 인간은 잠재적 고객이었다. 이들은 어디에서나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경제질서를 세우고 싶어했다. 정복자들에게는 세계 전체가 단일 제국이었고, 모든 인간은 잠재적 신민이었다. 예언자들에게는 온 세계에 진리는 하나 뿐 이었으며 모든 인간은 잠재적 신자였다. 이들 역시 어디에서나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질서를 세우려고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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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인 → 화폐 질서
정복자 → 제국의 질서
예언자 → 종교의 질서
세상에는 저장이 되지 않는 귀중한 것이 많은데 가령 시간이나 미모가 그렇다
농업혁명이 미친 최초의 조교적 효과는 동식물을 영혼의 원탁에 앉은 동등한 존재에서 소유물로 끌어내린 것 이다. 하지만 이것은 큰 문제를 낳았다 농부들은 양 떼를 완벽하게 통제하고 싶었지만, 스스로의 통제력이 제한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울타리에 양 떼를 가두고 숫양을 거세하고 암양을 선택적으로 교배시킬 수는 있었지만 암양이 반드시 임신해서 건강한 새끼를 낳게 만들 수는 없었고 치명적 전염병이 발생하는 것을 막을 수도 없었다 그러면 어떻게 양 떼의 다산을 보호할 수 있을까? 신의 기원에 대한 지배적 이론은 신이 이 문제에 해답을 제공했기 때문에 중요해졌다고 설명한다 동식물이 말하는 능력을 잃자, 풍요의 여신, 하늘의 신, 의약의 신 같은 신들이 무대의 중앙에 등장했다 이들의 주된 역할은 사람과 이제 벙어라가 된 동식물 사이를 중재하는 것 이다. 고대 신화의 많은 부분은 실상 인간이 동식물을 지배하는 대가로 신들에게 영원히 헌신하겠다는 약속을 담은 법적인 계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