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펴다] 마음만은 어른인 모모와 함께 : 자기앞의 생
뚜쟁이로(몸 파는 여자) 일하던 로자라는 아주머니의 집에 부모가 돌볼 시간 적 여유가 없는 아이들 중 마음은 이미 어른이 되었던 모모가 함께 있었다. 부모들이 보내주는 돈으로 재워주고 먹여주지만 넉넉한 액수는 아니라 모모는 늘 또래아이들이 부모에게서 받을 수 있는 거의 모든 것들을 포기하며 살아야했고, 많이 혼란스러워하기도, 또 알 수 없는 미움에 사로잡히기도 하지만 자신을 돌봐주는 로자 아주머니를 지극히 사랑하고 아끼던 모모의 이야기를 담은 "자기앞의 생" 이다.
저자
가명인 에밀 아자르로 활동한 유대계 작가 로맹가리
변호사 준비를 했지만, 세계 2차대전에 참전한 이후 외교관으로 활동하며 책을 썼다.
핵심 문장
그녀는 내 부모가 나타나 소란이라도 피울까봐 그러는지 쉬페르를 얼른 차에 태우고 가버렸다. 내가 이 말을 하면 안 믿을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그 오백 프랑을 접어서 하수구에 쳐 넣어버렸다. 그러고는 길바닥에 주자앉아서 두 주먹으로 눈물을 닦으며 송아지처럼 울었다. 하지만 마음만은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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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페르는 주인공인 모모가 돌보던 떠돌이 개인데 또래 친구가 없던 모모는 그 강아지를 많은 정성을 쏟으며 돌보았지만
결국 가난한 환경으로 오래 키울 능력이 안 되었고, 우연히 마주친 돈 많은 여성이 마음에 들어하자 팔았다
분명 애정 가득담아 돌본 강아지를 보내고 싶지 않았지만, 더 좋은 환경에서 지낼 수 있다는 기쁨이 함께 들었기에 더 이상 함께 할 수 없다는 슬픔 + 더 좋은 환경에서 살 수 있다라는 기쁨이 교차해 울게 된 것 이다.
돈을 버린 모모가 하고 싶었던 말은 정말 중요한 걸 잊고 산다는 메시지를 주는 것에 있지 않을까?
진료실 문이 열리고 하얀 가운을 입은 카츠 선생님이 나와서 내 머리를 쓰다듬어주면 기분이 좋아졌다. 의학은 바로 이런 때 소용 있는 것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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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의학은 사랑과 행복이 있는 삶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얼른 아르튀르를 주워올렸지만 그는 본디 하느님이 만드신대로 홀랑 벗고 있었다. 그런데 우스운 것은, 아르튀르가 옷을 입은 상태일 때는 끌어안고 자도 아무 말도 하지 않던 로자 아줌마가 벌거벗은 아르튀르를 이불 속으로 데리고 들어가자 난리를 쳤다는 거다. 어느 미친놈이 우산을 침대 속까지 가지고 들어가서 같이 잘 생각을 하겠느냐는 것 이다. 아줌마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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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모모가 얼마나 친구를 바랬기에 우산에 옷을 입혀 안고 잘 정도인가 안쓰러운 마음이 드는 동시에 그걸 보고 기겁했을 로자아주머니를 생각하면 웃음이 났다. 모모의 눈에는 옷을 입든 안 입든 친구인데 어른의 눈에는 우산은 그저 우산인 것 이다.
하밀할아버지는 빅토르 위고도 읽었고 그 나이의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더 경험이 많았는데, 내게 웃으며 이런 말을 해준 적이 있다. "완전히 희거나 검은 것은 없단다. 흰색은 흔히 그 안에 검은색을 숨기고 있고, 검은색은 흰색을 포함하고 있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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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한 행복도 완전한 불행도 없다.
행복 안에는 불행할 만한 일들도 있고, 불행은 행복을 포함하고 있다.
나의 의사와는 다르게 매일 같은 시간에 출근해서 일하고 퇴근하는 그 시간들이
주말의 행복을 알게 하는 것과 같다.
나는 시간이 흐르길 기다리며 어느 집 대문 아래 앉아 있었다. 하지만 시간은 세상의 어느 것보다도 늙었으므로 걸음걸이가 너무 느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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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어릴 때 집에 있는 엄마를 보며 학교 가지 않아도 되고 얼마나 좋을까? 라는 마음에 빨리 어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어른의 무게를 알게 된 지금 그 생각이 얼마나 순수했는가를 알 수 있다.
그녀는 거울을 비춰보며 말했다. "난 너무 추한 꼴이 되었구나. 모모야" 나는 화가났다
늙고 병든 여자에게 나쁘게 말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는 것이니까. 하나의 자로 모든 것을 잴 수는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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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모야, 부모가 없다는 게 꼭 나쁜 것은 아니야. 너의 그 마음이 따뜻한 어른의 길로 이끌어줄거야.
네 말처럼 하나의 자로 모든 것을 잴 수는 없는 법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