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펴다] 솔직함이 지나치면 무례함, 예의가 지나치면 위선 : 도련님
흔히 상사나 어른에게 지나치게 예의를 차리는 모습을 보면 "아부떤다", "치졸하다", "굽실거린다", "더럽다" 라고 표현하고,
솔직함이 타인에게로 지나치게 향하는 모습을 보면 "생각이 없다", "말이면 다인 줄 아나" 등의 표현과 함께 표정이 굳어버리거나 순간 화가 치미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일상에서 종종 볼 수 있는 이러한 장면들을 부잣집에서 태어나 몰락해가던 집에서 마냥 개구져 늘 모범생이었던 형과 비교 당하던 주인공이 삶을 살아가는 과정 속에서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순간 순간을 굉장히 위트있게 표현해 낸 책이 바로 "도련님" 이다.
저자
근현대 일본 문학의 아버지로 추앙 받으며 20세기초 무렵에 활동했던 작가이지만 지금 봐도 세련되고 재치넘치는 문장으로 사랑받는 소설가이자, 비평가인 나쓰메 소세키 이다.
핵심문장
부모에게 물려받은 앞뒤 가리지 않는 성격 때문에 어렸을 때부터 나는 손해만 봐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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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첫 문장인데 아주 강렬하죠?
이 분 책을 보고 아 글을 재미있게 쓴다는 게 이런거구나 싶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이어질 주인공의 에피소드가 어떠한 방식으로 흘러갈 것 이란 것도 함께 짐작할 수 있게 합니다
“겨우 2층에서 뛰어내리다 허리를 삐는 놈이 어디 있어!” “다음에는 허리를 삐지 않고 뛰어내리는 걸 보여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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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반전있고 당찬 성격이죠
보통 소심한 아이들은 "잘못했어요"라며 눈물부터 나올텐데요 ㅎㅎ
집에 돌아오자 하숙집 주인이 “차 한 잔 하실까요"하며 내 방으로 들어온다. 차 한 잔 하자고 해서 나한테 대접하나 싶었는데 거리낌 없이 내 차를 끓여 자신이 마신다. 이걸 보면 내가 없을 때도 멋대로 자기 혼자”차 한 잔 합시다“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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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해서 학교에 수학선생님으로 취직해서 자취하던 주인공에게 무례하게 군 하숙집 주인이었는데도 굉장히 재미있게 표현을 하죠 저 같으면 거꾸로 하숙집 주인층으로 가서 똑같이 했을텐데 말이죠 그럼 더 재미있었을텐데
“마돈나 얘기는 그만두리고 하지. 호호호호"빨간 셔츠가 기분 나쁘게 웃었다. “어떻습니까? 아무도 없으니 괜찮습니다.” 알랑쇠가 얼른 내 쪽을 봤지만 나는 일부러 외면하고는 히죽히죽 웃었다. 왠지 불쾌한 기분이 들었다. 마돈
나든 마누라든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니 멋대로 세워놓든 말든 자기들 마음이겠지만, 남이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를
하면서 들어도 모를 테니까 상관없다는 식이다. 천박한 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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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에 등장한 마돈나나 알랑쇠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사람을 앞에 두고 농락한게 중요한 거죠.
학교 직원이나 학생들에게 과실이 있는 것은 모두 제 부덕의 소치입니다. 무슨 사건이 생길 때마다 교장 자리를 지키고 있는 제가 부끄럽기 짝이 없습니다. 불행하게도 이번에 또 이런 소동이 일어난 것에 대해서는 여러분께 깊이
사죄드리겠습니다. 하지만 일단 일어난 이상, 어쩔 수 없이 처분이든 내리지 않으면 안 됩니다. 사실 여러분도 이미
알고 계실 것이기 때문에 선후책에 대해 참고할 만한 의견을 허심탄회하게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나는 교장의 말을 듣고 역시 교장이니 너구리니 하는 사람은 근사한 말을 하는구나, 하고 감탄했다. 그런데 이렇게
교장이 모든 일에 대한 책임을 받아들여 자신의 허물이라느니 부덕이라고 할 정도라면 학생에 대한 처분은 그만두고 우선 자신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그렇게 하면 이런 귀찮은 회의 같은 것도 열 필요가 없어진다. 무엇보다 상식적으로 봐도 알 수 있다. 내가 얌전히 숙직을 서는데 학생들이 난동을 부렸다면 나쁜 건 교장도 나도 아니고 학생들이다. 만약 산미치광이가 선동을 했다면 학생들과 산미치광이를 내쫓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남의 허물을 자신이 떠맡고 내 허물이다, 내 허물이다, 하고 떠들어대는 자가 어디 있단 말인가. 너구리가 아니면 할 수 없는 대담한 일이다. 너구리는 이처럼 조리에 맞지 않는 말을 늘어놓고 득의양양하게 모두를 둘러보았다.
“저도 기숙사생들이 난동을 부렸다는 이야기를 듣고 교감으로서 지도를 소홀히 한 점과 덕화가 아이들에게 미치지못한 점을 심히 부끄럽게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런 일은 뭔가 결함이 생길 때 일어나는 일로, 사건 자체를 보면 어쩐지 학생들만 잘못한 것 같지만 그 진상을 규명해보면 오히려 책임은 학교 측에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니까 표면에 드러난 점만으로 엄중한 제재를 가하는 것은 오히려 아이들의 장래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게다가 지금 시기는 혈기가 왕성할 때라 옳고 그른 것을 구분하지 못하고 무의식적으로 그런 장난을 쳤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어떤 처분을 내릴지는 물론 교장 선생님께서 생각하고 계실 것이기 때문에 제가 끼어들 수는 없지만, 아무쪼록 그간의 사정을 참작하셔서 되도록 관대한 처분을 바라는 바입니다. 역시 너구리도 너구리지만, 빨간 셔츠도 빨간 셔츠다. 학생들이 난동을 부린 것은 학생 잘못이 아니라 교사 잘못이라고 공언하고 있다. 미친놈이 남의 머리를 후려갈기는 것은 맞은 놈이 맞을 짓을 했기 때문이란다. 성은이 망극할 따름이다. 활기가 넘쳐 주체하지 못하겠으면 운동장에 나가 스모라도 할 일이지, 무의식적으로 이불 속에 메뚜기를 넣었다니 말이 되는가. 그런 식이면 자고 있는 내 목을 베도 무의식적으로 한 일이라며 방면할 생각인가.
“사실 이번 메뚜기 사건과 고함 사건은 우리 양식 있는 교직원으로서 우리 학교의 장래에 대해 은근히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진사라 생각합니다. 우리 교직원들은 이번 일을 계기로 더욱 분발하여 자신을 돌아보고 전교의 기강을진숙해야 하겠습니다 그러므로 방금 교장 선생님 및 교감 선생님꼐서 말씀하신 의견은 실로 긍경에 닿는 개절한 생각으로, 저는 철두철미 찬성하는 바입니다. 아무쪼록 관대한 처분을 앙망합니다.” 알랑쇠가 말한 것은 언어이긴 하지만 의미가 없다. 한자를 연달아 늘어놓았을 뿐 무슨 소린지 통 알 수가 없다. 알아들은 말은 철두철미 찬성한다는 말뿐이다. 나는 알랑쇠가 한 말의 의미는 모르지만, 왠지 굉장히 화가 나서 복안을 미리 준비하지도 못한 채 벌떡 일어서고 말았다. “나는 철두철미 반대합니다…” 이렇게 내뱉었지만 그 다음 말이 갑자기 나오지 않는다. “….. 그런 엉터리 같은 처분은 정말 싫습니다"이렇게 덧붙이자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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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철두철미 반대합니다!
밥상을 보니 오늘 저녁도 고구마조림이다. 이 집은 이카긴네보다 공손하고 친절한데다 기품도 있지만 안타깝게도음식은 형편없다. 어제도 고구마, 그제도 고구마, 오늘 밤도 고구마다. 내가 고구마를 무척 좋아한다고 말하긴 했지만, 이렇게 내리 고구마만 먹게 되면 목숨을 부지할 수 없다. 끝물호박을 비웃기는커녕 나 자신이 머지않아 고구마 끝물 호박이 될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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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긴 하숙집이 친절하고 더 교양있는데 음식을 고구마만 먹고는 살 수 없죠?